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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해인 수녀님의 암투병 자세 조회수 : 660
[상담위원 : 홍헌표]  (환자/가족) 2018-08-29 오후 4:16:24

대장암 3기 진단과 함께 수술을 받고 12개월쯤 지났을 때다. 조선일보 기자직을 잠시 쉬면서 암과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무렵이었다.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읽다가 눈에 확 띄는 칼럼을 발견했다. 2009 129일자 이해인 수녀님의 에세이 ‘12월의 편지’였다.


칼럼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면서 눈물을 꽤나 쏟았던 기억이 난다. 칼럼을 쓰실 당시 이해인 수녀님도 대장암 투병 중이었다. 나와 똑같이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는데, 2012년 말 내가 에세이집 ‘나는 암이 고맙다’의 추천사를 부탁드렸을 때 나를 ‘대장암 동지’로 불러주신 분이다.


내가 수녀님의 에세이 칼럼을 읽었을 무렵에는 수녀님과 교류가 없었다. 그런데 칼럼을 읽으면서 ‘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과 똑같을까~’ 하고 감탄을 했다. 지금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가 끝났지만 암이 재발할까봐 걱정하는 분들께 수녀님의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. 모든 암 환우와 가족들이 똑 같은 마음가짐으로 암과 삶을 마주했으면 좋겠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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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랑 투병'한다고 자부했으나 실은 나 역시 자신의 아픔 속에 갇혀 지내느라 마음의 여유가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. '잘 참아내야 한다'는 의무감과 체면 때문에 통증의 정도가 7이면 5라고 슬쩍 내려서 대답한 일도 많습니다. 병이 주는 쓸쓸함에 맛 들이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지요. 오늘 이 시간은 '내 남은 생애의 첫날'이며 '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'임을 새롭게 기억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. 지상의 여정을 다 마치는 그날까지 이왕이면 행복한 순례자가 되고 싶다고 작정하고 나니 아픈 중에도 금방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.

중략


오늘 이 시간은 '내 남은 생애의 첫날'이며 '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'임을 새롭게 기억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. 지상의 여정을 다 마치는 그날까지 이왕이면 행복한 순례자가 되고 싶다고 작정하고 나니 아픈 중에도 금방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. 마음엔 담백하고 잔잔한 기쁨과 환희가 물안개처럼 피어올라 전보다 더 웃고 다니는 내게 동료들은 무에 그리 좋으냐고 되묻곤 했습니다. 내가 그들에게 답으로 들려주던 평범하지만 새로운 행복의 작은 비결이랄까요. 어쨌든 요즘 들어 특별히 노력하는 것 중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.


첫째, 무엇을 달라는 청원기도보다는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기도를 더 많이 하려 합니다. 그러면 감사할 일들이 갈수록 더 많아지고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.


둘째, 늘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연습을 자주 합니다. 그러다 보니 일상의 삶이 매 순간마다 축제의 장으로 열리는 느낌입니다.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는 것도, 떠오르는 태양을 다시 보는 것도,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도 얼마나 큰 감동인지 모릅니다. 수녀원 복도나 마당을 겨우 거닐다가 뒷산이나 바닷가 산책을 나갈 수 있을 적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지요.


셋째,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여유를 지니도록 애씁니다. 부탁받은 일들을 깜박 잊어버리고,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가고, 다른 이의 신발을 내 것으로 착각해 한동안 신고 다니던 나를 오히려 웃음으로 이해해 준 식구들을 고마워하며 나도 다른 이의 실수를 용서하는 아량을 배웁니다.


넷째,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흥분하기보다 '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'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질고 순한 마음을 지니려 애씁니다.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적엔 '언젠가는 영원 속으로 사라질 순례자가 대체 이해 못 할 일은 무엇이며 용서 못 할 일은 무엇이냐'고 얼른 마음을 바꾸면 어둡던 마음에도 밝고 넓은 평화가 찾아옵니다.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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