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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동물처럼 살고 싶으신가요? 조회수 : 417
[상담위원 : 홍헌표]  (환자/가족) 2019-05-01 오전 11:16:57

"우리 인생을 동물에 비유한다면, 당신은 무슨 동물일까요?"

라이프 코칭을 하다가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. 대부분 그 동물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그 사람의 삶, 성격이 비슷합니다.

그 다음에 질문을 또 던집니다. "앞으로는 어떤 동물처럼 살고 싶나요?" 앞에 던진 질문의 대답과 뒷 질문의 대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. 앞으로 살고 싶은 동물의 특성을 곰곰히 생각해보셔요. 자신의 욕구, 꿈이 담겨 있습니다.


이번주 마음건강길 [홍헌표의 해피 레터] 주제입니다.

어머님께 여쭸더니,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. 아래는 칼럼 원문입니다.


“엄마 인생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어느 동물 같을까요?" 2주 전 강원도 고향집에 갔을 때 밥상을 물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순의 엄마에게 여쭸습니다.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제겐 여전히 ‘어머니’보단 ‘엄마’란 말이 더 편합니다.

 엄마는 5초쯤 생각을 하시더니 “내가 토끼띠잖아. 정월의 토끼~." “왜 하필 정월의 토끼냐"고 여쭸더니 한숨을 푹 내 쉬십니다. 그러곤 강원도 억양의 섞인 사투리로 “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먹을 게 없잖나. 그 팔자가 오죽하겠나"라고 하셨습니다.

솔직히 말해서 저는 엄마의 삶이 한겨울의 토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. 석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제가 고교 2학년 때까지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습니다. 퇴임 전까지 월급도 꼬박꼬박 집에 가져 오셨으니,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.

제 기억이 미치지 못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겠다 싶어 질문을 바꿔 봤습니다. “그래도 엄마 인생에서 좋았던 기억, 행복했던 순간은 있지 않아요?" 엄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. “글쎄~. 그런 게 뭐 있나? 없다!"

엄마에게도 행복했던 순간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보다는 마음 속 응어리, 한(恨)이 훨씬 더 큰 모양입니다. 그 한 가운데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습니다. 지난 1월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, 따뜻하게 손도 제대로 못 잡아 드렸다고 지금도 가슴 아파 하시는 엄마지만, 아버지에 대한 사랑보다는 미운 정으로 살아온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.

아버지는 집 밖에서는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. 문중의 어른으로,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스승으로 흠 잡힐 일 없이 올곧게 사셨지만, 엄마에겐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가장이었습니다. 집안 일은 엄마에게 맡기다시피 하셨지요. 엄마는 “겁 많고 이기적이고 고집 불통인 니 아버지"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.

엄마는 결혼 초부터 시집살이를 했습니다. 외지에 나가 계신 큰 아버지 대신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셨기 때문입니다. 엄마에게는 초등학교 교사의 아내(사모님)보다는 밭일을 하며 시부모를 모시는 둘째 며느리 역할이 더 컸습니다. 장애가 있어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딸의 엄마로, 아버지 대신 맡은 가장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느라 엄마 자신을 위한 삶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.

이번에 새로 알게 된 이야기도 있습니다. 한 쪽 다리를 못 쓰시는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데, 아버지께서 그러셨답니다. “나는 못 업는다. 니가 업고 가라!" 참 이기적이고 편하게 행동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제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.

엄마는 집을 사기 위해 진 빚을 갚기 위해 생선을 팔러 다니고, 고기잡이 그물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답니다. “밭농사를 짓느라 하루 해가 짧았던 시절, 니 아버지는 그저 세월 좋게 놀러 다녔다."

아버지께서 결핵을 앓으시고 부쩍 건강이 나빠진 지난 5년 동안, 엄마는 아버지 대신 문중 일도 처리해야 했지요. 누구라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지요.

그런데 참 이상합니다. 그렇게 반 평생을 미운 정으로 살았던 엄마지만,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도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십니다. 허전함과 아쉬움, 미안함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석 달을 힘겹게 지내셨습니다.

웃음과 한숨을 섞어가며 아들에게 지난 세월을 얘기하시던 엄마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셨습니다. “집에서는 재미때가리 하나 없더니, 그래도 밖에 나가면 마누라 자랑, 아들 자랑은 했던 모양이더라." 아버지에 대한 엄마의 믿음과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.

엄마와 단 둘이 꽁냥꽁냥 옛 이야기를 나눈 시간. 엄마가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.



http://mindgil.chosun.com/client/board/view.asp?fcd=F1008&nNewsNumb=20190467985&nCate=C02&nCateM=M1001








김효중
(환자/가족)
아~ 이 글을 이제 보다니.. 한달이 지나서야.. 저는 가끔 이 코너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5월이 뭐 이리 정신없이 지났는지 모르겠네.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 탓일까요. 나의 착각일까요?
2019-06-03 오전 9:20:22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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